칼럼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 성경연구소 자료실을 열며 1844년 이후로 엘렌 화잇이 예언의 은사를 통하여 남은 교회를 지도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었던 두 가지는 "교회의 연합"과 "실제적 경건의 부흥"이었습니다. 대실망 후에 모였던 문자 그대로 적은 무리가 진심으로 연합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어떻게 세계적 선교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겠습니까? 분열은 파당을 조성하고 공동체의 응집력을 와해시키며 다른 당을 질시하고 증오하게 만들어 결국 경건의 부흥, 곧 초기교회가 경험했던 강력한 성령의 역사와 폭발적인 선교 부흥을 가장 효과적으로 저해할 수 있습니다. 엘렌 화잇은 지도자들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늘 서로를 용납하고 연합시키는 데 관심의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지도자들 사이에 어떤 신학적 또는 교리적 논쟁이 발생했을 때도 그런 논쟁으로 초래될 수 있는 교회의 분열을 늘 염려하고 이슈를 더 넓은 구속사적 시각으로 조망하면서 통합적이고 균형 잡힌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교회 연합을 유도했습니다. 예컨대, 1888년 미니애폴리스 대총회에서 표면화된 갈라디아서의 율법에 관한 논쟁, 곧 "우리를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몽학선생"이 되는 율법의 정체와 관련하여 교회 지도자들이 두 파(의식법이냐 도덕법이냐)로 나뉘어 비통한 논쟁을 벌일 때 그녀는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침묵을 지키면서 연합을 염려했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논쟁의 불이 누그러질 무렵, 의미심장하게도 그녀는 갈라디아서의 "몽학선생"이 의식법과 도덕법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는 통합적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어떤 율법이 우리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몽학 선생인가? 나는 의문의 율법과 십계명인 도덕적 율법, 이 두 가지가 다 몽학 선생의 역할을 한다고 대답하는 바이다."(가려뽑은 기별 1권, 233). 사실 교리적 논쟁과 관련된 그녀의 입장은 대부분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녀의 견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중립지대를 표방한 것은 아니며, 사실은 성령의 지도를 통해서 성경적 교리를 더 포괄적이고 우주적인 관점, 온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구속사적인 시각에서 이해한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교리적 또는 신학적 이슈나 특히 비성경적 이설들이 교회의 연합과 선교를 치명적으로 방해한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인식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인성론이나 완전론, 죄론 또는 원죄론, 심판론, 구원론, 영감론 및 그에 따르는 신학적 이슈들로 교회가 분열 양상에 처해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해결하기가 곤혹스럽고 난처한 역사적 및 신학적 국면들과 연루돼 있습니다. 이런 신학적·교리적 이슈에 대해서 우리는 언제나 넓은 시각에서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 접근방식이 바로 성령의 지도를 받은 엘렌 화잇을 통해 드러난 우주적 대쟁투 시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엘렌 화잇의 권면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배워야 할 교훈이 많지만 배워서는 안 될 교훈도 너무나 많다. 오직 하나님과 하늘에 속한 것에만 오류가 없다. 본래부터 갖고 있는 견해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 또는 견해를 바꿀 기회조차 절대로 갖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침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완강한 고집으로 우리 자신의 사상과 견해만을 주장하는 한 그리스도께서 위하여 기도하신 연합의 정신을 가질 수 없다."(리뷰 앤드 헤럴드, 1892년 7월 26일). "모든 사람의 견해가 그대의 견해와 같지 않다고 하여 분열을 운운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아니라 원수의 일이다. 그대가 동의할 수 있는 단순한 진리를 말하라. 연합에 대하여 말하고 편협하거나 자만심을 보여서는 안 되며 그대의 마음의 폭을 넓혀야 할 것이다."(가려뽑은 기별 1권, 181). 이와 관련하여 위대한 신학자요 전도자 사도 바울도 이렇게 권면합니다.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엡 4:2, 3). 이런 사실을 깊이 인식하면서 또 다른 측면도 간과하면 안 될 것입니다. 복음 전파의 마지막 사명을 위탁받은 남은 교회(계 12:17)는 형성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안팎의 도전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도전은, 밖에서는 주로 "큰 빛"인 성경의 권위와 주요 가르침을 침식하는 방식으로, 안에서는 "작은 빛"인 예언의 신의 권면을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향은 흔히 말해지는 대로 '기독교의 모든 이단은 성경에서 나오고 재림교회 내의 다양한 이설들은 예언의 신에서 나온다.'는 말을 여실히 대변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마지막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어둠의 세력은 이 두 빛, 큰 빛과 작은 빛을 가리기 위해 온갖 전략과 전술을 다 동원할 것입니다. 사탄은 거짓 선지자(행 13:6 등), 거짓 증인(고전 15:15), 거짓 사도(고후 11:13), 거짓 형제(갈 2:4), 거짓 선생(벧후 2:1) 등을 고용하여 "진리의 기둥과 터"(딤전 3:15)를 흔들고 "이미 있는 진리"(벧후 1:12)에 대한 확신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결국엔 "예수 안에 있는 진리"(엡 4:21)마저 내버리게 할 것입니다. 이러한 풍조는 평신도뿐 아니라 교회의 지도자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쳐 "진리의 기둥과 터"(딤전 3:15)를 흔들고, "이미 있는 진리"(벧후 1:12)에 대한 확신마저 와해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배도와 흔들림은 이미 선지자에 의해 예언된 것(참조 교회증언 1권, 179-184; 2권, 445-446; 4권, 594쪽 등)이므로 놀랄 일은 아닙니다. 설상가상 이런 신학적 흔들림으로 교회 선교가 약화되고 교인들의 영적 성장이 둔화하고 있습니다(참조 교회증언 5권, 73쪽). 우리는 이런 영적 쇠퇴와 침체의 조류에 밀려 "흘러 떠내려"(히 2:1) 가서는 안 됩니다. 한국연합회는 '남은 무리'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세계적 선교사명(계 12:17; 14:6-12)의 흔들리지는 않는 기초를 굳건히 다지기 위하여 한국연합회 <성경연구소>(Biblical-theological Research Institute)를 설립하였습니다. 어떤 형태의 조직을 갖춘 공동체이든지 분명한 정체성(identity)을 지니지 않으면 얼마 가지 못해 그 조직은 붕괴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서구의 많은 기독교회가 문을 닫고 자취를 감추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기독교의 현대화나 문화화에 실패해서가 아니라 뚜렷한 신앙적 정체성을 상실함으로 세속사회와 별반 다름이 없는 신념과 라이프 스타일의 공동체로 변질했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정체성이 흐려지면 사명과 목적도 흐려지고 마침내는 공동체의 존재 의미나 전파력도 둔화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공동체의 정체성이란 가시적인 것보다는 비가시적인 신념에 의해 결정되며, 그런 점에서 성경의 신앙공동체의 정체성도 목숨을 내걸고 지켜야 할 만큼 중요한 신앙적·신학적 신념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신앙공동체가 그토록 많은 결함과 허물을 지니고 있었지만, 2,000여 년이나 존속할 수 있도록 집단적 정체성을 지켜 주고 그들을 지탱해 준 핵심적 요소가 바로 토라와 메시아 신앙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메시아 신앙이 잘못되었음이 결정적으로 드러났을 때 그들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는 와해했습니다. 신앙적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으면 그 공동체의 연합과 질서와 응집력뿐 아니라 선교적 열정도 사그라져 급기야 그런 공동체는 쇠락의 내리막길로 치닫게 되는 법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선교적 열의가 식어가는 주된 요인도 신앙적 신념과 신학적 정체성을 상실한 데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메시지(message)와 사명(mission) 즉 신학과 선교는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선교적 동기가 없는 신학이 생명 없는 교리적 체계일 뿐인 것처럼, 또한 건전한 신학 없이는 건강한 선교도 있을 수 없는 법입니다. 재림교회의 신앙적 정체성은 성경 예언과 그것의 성취된 역사에 깊이 뿌리박힌 것이어서 흔들릴 수 없습니다. 재림교회는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의 증거"(계 12:17) 즉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 믿음"(14:12), "영원한 복음"(14:6), "대언의 영"(19:10)을 가진 "그 여자의 남은 자손"(12:17)으로 확인된 마지막 시대의 견고한 신앙공동체입니다. 한국연합회 <성경연구소>는 이런 취지와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재림교회의 신앙적 정체성과 관련된 자료들을 계속하여 발간‧보급하고 <재림마을 성경 연구소 자료실>에 최신 자료들을 계속 업로드할 것입니다. "몸이 하나이요 성령이 하나이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입었느니라 주도 하나이요 믿음도 하나이요 침례도 하나이요 하나님도 하나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시도다"(엡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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